우유, 그 고단한 여정의 노동 박희숙 <교과서 속 구석구석 세계명화> 저자, 화가 서정혜 2021-07-15 18:38 가 본문내용 확대/축소 본문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흰 우유가 원활하게 소비되지 않아 낙농 농가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한다. 흰 우유는 학교 급식용으로 많이 소비되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으니 흰 우유가 남아 도는 것이다. 우유는 어린이와 노인이 꼭 먹어야 할 음식 중에 하나다. 어린이는 성장기에, 노인은 뼈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되어 있어서다. 우유는 수분, 지방, 단백질, 유당, 무기질, 비타민 등등 인체에 필요한 모든 종류의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흡수가 빨라 단일식품으로는 가장 완전한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우유는 기원전 4000년경부터 인류가 영양 식품으로 이용해 왔다고 추측하고 있는데 과거에 우리나라에서는 낙농업이 발달하지 않아 왕이나 상류층 또는 병약한 환자에게 조금씩 이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낙농업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게 된 시기는 1960년대부터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에서 우유를 이용한 식품이 발달하게 된 것은 기후 때문이다. 유럽은 여름에 서늘하고 겨울에 따뜻한 기후 때문에 농사보다는 목초가 자라기에 적합한 토지다. 따라서 다량의 목초 공급이 쉬워 낙농업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유럽에서도 대규모의 낙농업은 19세기 이후에 등장한다. 그 이전에는 농가에서는 조그맣게 집안 식구들이나 소규모 판매용으로 치즈를 만들어 팔았다. 전통적으로 농가에서 소의 젖을 짜는 일은 여인들이 해왔다. 여인들이 우유를 짜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 새뮤얼 팔머의 <들판에서 우유를 짜는 사람들>이다. 그림1 <들판에서 우유를 짜는 사람들>-1864년경, 종이에 수채와 과슈, 19×43, 영국 베리 미술관 소장 아름드리 나무 그늘 아래 두 명의 여인이 무릎을 꿇고 앉아 소 아래에 양동이를 놓고 우유를 짜내고 있다. 그 옆에는 질항아리가 놓여 있고 몇 마리의 소들이 우유를 짜는 순서를 기다리듯이 서 있고 화면 왼쪽에는 소가 앉아서 있다.양동이는 우유를 짜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고 질 항아리는 집에 우유를 담아갈 그릇이라는 것을 나타내며 집이 먼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우유를 짜는 여인들 뒤로는 들판이 보이고 화면 오른쪽 지붕에 목초로 뒤덮여 있는 지붕만 보이는 집이 있다. 목초가 지붕을 덮고 있는 집은 헛간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화면 왼쪽 검은색 강아지와 막대기를 들고 있는 여인이 우유를 짜는 여인들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여인이 들고 있는 막대기와 검은색 강아지 그리고 강아지 앞에 있는 흰색의 양은 그녀가 양치는 여인이라는 것을 나타내며, 우유를 짜는 여인들을 바라보고 손짓을 하는 것은 서로 친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양치기 여인의 손짓은 우유를 짜는 여인들과 짧은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나는 중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새뮤얼 팔머<1805~1881>의 이 작품에서 장소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짚으로 지붕을 엮은 방식으로 보아 영국 서리 지방의 노스다운스 지역으로 추정된다. 헛간의 방식이 그 지역의 건축 방식이기 때문이다. 팔머가 시골 마을의 풍경에 사로잡힌 것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풍경에 매료되었기 때문일 것이다.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소가 집 근처에 있으며 우유를 짜서 집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양동이를 사용한다. 우유를 많이 담을 수 있어서다. 양동이에 짠 우유를 담아서 가져오는 여인을 그린 작품이 알프레드 롤의 <농부, 망디 라메트리>다. 그림2 <농부, 망디 라메트리>-1887년, 캔버스에 유채, 214×160,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앞치마를 두른 여인이 한 손에 우유가 가득 든 양동이를 들고 소 앞에 서 있다. 그녀 뒤에는 지붕이 드러난 집이 보이고 집 주변에는 나지막한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여인 뒤에 있는 소의 젖이 홀쭉한 것은 우유를 다 짰다는 것을 나타내며 여인이 들고 있는 양동이에 들어 있는 우유를 설명한다. 지붕이 보이는 집은 여인의 집이라는 것을 나타내며, 양동이를 들고 있는 것은 집이 가깝다는 것을 나타낸다. 여인의 팔뚝이 붉어진 것은 우유가 담겨 있는 양동이의 무게가 상당히 무겁다는 것을 암시한다. 알프레드 롤<1846~1919>의 이 작품은 어느 시골 여인의 평범한 일상이지만 망다 라메트리의 전신 초상화다. 당시 전신 초상화는 귀족이나 부르주아들에게만 한정되어 있었지만, 알프레드 롤은 시골 여인에게 찬사를 보내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 작품 제목에 정확하게 표현했다.이 작품은 1888년 프랑스 화가협회 살롱전에서 호평을 받으며 작품의 주인공인 망다 라메트리는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하지만 유명세와 달리 그녀의 일상은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소가 있는 장소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우유를 짜서 가져오는 일은 정말 힘든 노동이다. 양동이 입구가 넓어서 걸음을 걸을 때마다 흘러 내리기 때문에 입구가 좁은 질 항아리로 운반해야 한다. 그렇다고 수레에 운반하자니 수레에 진동 때문에 질 항아리가 깨지게 된다. 소를 집하고 먼 곳에서 키운다면 짠 우유는 질 항아리에 담아 일일이 손으로 운반해야 하는 것이다. 질 항아리에 담겨 있는 우유를 운반하는 여인을 그린 작품은 장 프랑수아 밀레의 <그레빌의 우유통을 메고 가는 노르망디 여인>이다. 그림3 <그레빌의 우유통을 메고 가는 노르망디 여인>-1844년경, 캔버스에 유채, 73×57,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나무 울타리에 안에 소가 있고 질 항아리로 된 우유통을 어깨에 맨 여인이 길을 따라 걷고 있다. 여인의 오른손에는 항아리와 연결된 끈을 잡고 있고 왼손으로는 허리를 집고 있다.왼손으로 허리를 집고 있는 것은 항아리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서며 연결된 끈을 잡고 있는 있는 것은 무게의 중심을 잡아 항아리가 쓰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나무 울타리 안에 소는 목장을 나타내며 여인이 어깨에 메고 있는 항아리가 우유통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천으로 감겨 있는 한쪽 신발은 떨어진 신발을 고정시키 위해서라는 것을 암시하며 가난한 농부라는 것을 강조한다. 여인의 붉어진 얼굴은 우유통의 무게가 상당히 무겁다는 것을 알려주며, 좁은 길은 여인이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나타낸다.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의 이 작품은 노동의 숭고함을 강조하기 위해 배경의 세부적인 묘사를 생략하고 여인의 몸짓만 단순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유를 짜는 여인, 우유통을 들고 있는 여인 등등 프랑스 노르망디를 비롯해 프랑스 예술에서 많이 다루어진 소재로 이는 노동의 의미를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밀레를 비롯한 많은 화가들이 즐겨 그렸던 주제다. 서정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목록 댓글목록 이전글 플랫폼노동공제회 설립을 위한 모금 이어져 21.07.16 다음글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21.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