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을 인상하면서 상여금을 삭감할 경우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여부
(대법원 2025. 2. 20. 선고 2024다293092 판결)
서정혜 2025-06-30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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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준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노무사

 

피고는 대학교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학교 법인, 원고는 대학교 기간제 교원으로 재직하다가 2021. 8. 31. 정년퇴직한 자이다. 피고는 매년 기간제 교원의 급여 및 각종 수당의 세무 내용을 정한 ‘보수규정’을 심의・의결하여 급여를 지급했다.

 

피고는 2012. 1. 17. 의사회 의결을 통하여 상여 수당을 기본급의 300%에서 100%로 삭감하였고, 2013년에는 이마저도 완전히 없앤 뒤에 지급하지 않았다. 원고는 2012년과 2013년의 상여금 삭감・삭제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삭감・삭제 이전의 보수규정에 따라 산정한 상여 수당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이에 대하여 2012년 보수규정 변경 당시 종전 기본급을 3,441,700원에서 4,543,700원으로 인상하였으므로 급여와 상여 수당을 모두 합한 기준으로 보자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법원 판단

 

원심은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였는데, “피고가 상여 수당을 감액하거나 이를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보수규정을 변경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라고 하면서 “① 보수규정 제3조에 의하면 봉급은 호봉별로 지급되는 기본급이고, 수당은 직무의 책임성 및 난이성에 의하여 지급되는 부가급여이므로, 봉급과 수당이 서로 연계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② (중략)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른 봉급이 인상됨에 따라 기간제 교원의 기본급 인상도 같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달리 피고가 상여 수당을 삭감하면서 그에 대한 보상으로 기본급을 인상하였다거나 기본급 인상과 상여 수당 삭감 사이에 대가관계에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기본급 인상과 상여 수당 삭감 사이에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결을 부정하였는데, “상여 수당은 기본급 금액에 일정 비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산정되고, 2012년 취업규칙 변경은 기본급을 인상하면서 상여 수당 산정에 적용되는 비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상여 수당을 감액한 것이다.

 

또한, 상여 수당은 기간제 교원들 모두에게 같은 비율을 적용하여 산정하는 것이므로 직무의 책임성이나 난이성 등에 따라 차등을 두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기본급과 수당의 성격이 구분된다는 사정만을 들어 연계성이 부정된다고 할 수 없다. (중략) 공무원보수규정의 봉급표 개정에 따라 소외 대학교 기간제 교원의 기본급도 함께 변동되는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피고가 2012년 취업규칙 변경 당시에 기간제 교원의 기본급을 2012년 시행된 공무원보수규정의 봉급액에 따라 정하였다는 사정만을 들어 공무원보수규정의 봉급액 인상에 따라 기간제 교원의 기본급도 같이 인상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피고는 2010학년도부터 2019학년도까지 실질적으로 매 학년도의 기본급 금액을 직전 학년도의 보수표에서 정한 기본급 액수 이상으로 정하여 왔으므로, 기간제 교원의 기본급 액수가 매 학년도의 보수표의 보호 영역에 따라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에서 제외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2012년 취업규칙 변경에서 이루어진 기본급 인상과 상여 수당 삭감 사이의 대가관계를 부정한 원심은 타당하지 않다.”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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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점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 하나의 조항만을 변경할 수도 있지만, 복수의 규정과 조항을 한 번에 개정해 다수의 노동조건을 복합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데, 잦은 취업규칙 변경은 실무적인 부담이 많으므로 실제로는 후자의 경우가 더 많다. 이때 변경 전후의 취업규칙을 전체적・종합적으로 비교하여 불이익변경인지 여부를 판단할지, 아니면 노동조건 또는 변경되는 개별 조항마다 불이익변경 여부를 판단할지 문제될 수 있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대법원 1984. 11. 13. 선고 84다카414 판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변경과 불리한 변경이 혼합되어 있을 경우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여부를 판단해 왔고, 그 이후에는 ‘변경되는 동종의 근로조건 사이에서의 대가 관계 내지 연계성’이라는 기준을 설명해 왔다. 요컨대, 대법원은 취업규칙 중 복수의 내용이 변경될 경우에는 유리하거나 불리한 내용이 혼재한지를 먼저 판단한 뒤에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을 취하여 ‘복수의 취업규칙 내용이 변경’되더라도 결과적으로 마치 ‘단수의 취업규칙 내용 변경’처럼 취급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원심과 대법원은 취업규칙 변경 내용에 노동자에게 유리한 내용과 불리한 내용이 혼합되었다는 전제 아래 대가관계 내지 연계성이 인정되었는지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달랐다고 할 수 있다.

 

즉, 원심은 기본급 인상과 상여 수당 삭감 사이에는 대가관계 내지 연계성이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급여(봉급)를 ‘호봉별로 지급되는 기본급’으로, 상여 수당을 ‘직무의 책임성과 난이성에 의하여 지급되는 부가급여’로 구분하고 있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연계성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나의 사실관계를 두고 사법적인 판단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가관계 내지 연계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판결은 부분적인 한계를 지닌다.

 

노동자의 노동조건이라는 것은 좁게 보면 좁은 대로, 넓게 보면 넓은 대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기본급은 말 그대로 ‘기본’이 되는 급여이므로 노동에 추가적인 대한 판단 없이 제시간에 출퇴근만 하더라도 지급되는 성격의 금원임에 반해 성과급은 노동(또는 노동자)에 대한 추가적인 판단을 전제로 하므로 그 본질이 다르다고 설명해도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본급 성격의 임금 등은 출퇴근 외의 노동자에 대한 판단(예컨대 재직기간이나 수행하는 직무 등)과 연결될 수 있고, 성과급 성격의 임금 역시 성과평가 외에 결근일과 같은 성실 노동에 대한 평가와 연결될 수 있는 등 본질은 분리되기 어렵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또한, 개인에 대한 평가만으로 지급되는 성과급은 그것대로 개인의 노동과 연결되지만, 집단적인 평가로 지급되는 성과급은 나의 노동이 동료의 임금을 결정하므로 명확한 기준을 찾기가 힘들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노동은 복잡한 요인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과연 근로기준법이 이러한 상황까지 고려하여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관한 제도를 마련해둔 것인지는 연구가 필요하다.

 

법률이야 어떻든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혼란이 많고, 그래서 판례를 통해서라도 어느 경우에 대가관계나 연계성을 인정할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예컨대 임금이 변경될 때는 임금 사이에만 인정할 것인지, 노동시간까지 그 범위를 넓힐 것인지, 임금은 인사평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평가에 관한 내용까지 그 범위를 인정할 것인지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그렇다. 명확하지 않으면 피해는 노동자가 본다. 기준이 있으니 기준을 준수하라고 주장할 수는 있으나 기준이 없을 때 사측은 “우리가 법을 위반했냐, 사규를 위반했냐. 증명해봐라”라고 주장한다. 이를 이겨내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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