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노동절’ 62년 만···“일하는 사람 모두 누려야”
노동절 제정 법, 26일 국회 본회의 통과
노동부 “공휴일 지정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 국회 논의 지원 예정”
김완규 2025-10-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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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 62년 만에 ‘노동절’로 명칭이 바뀐다. 노동계는 ‘환영’하면서도 일하는 모든 사람이 노동절에 쉴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을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는 개정안이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254명 가운데 찬성 209명, 반대 29명, 기권 16명이었다.


그간 현행법은 매년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하고,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휴일로 정해왔다. 근로자의 날은 ‘세계 노동절’(May Day)에서 유래했다. 세계 노동절은 1886년 5월 1일 미국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제 쟁취를 위해 벌인 파업 투쟁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1889년 프랑스 파리에 모인 세계 각국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5월 1일을 세계 노동절로 정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1923년 5월 1일 사회주의 노동운동 단체인 조선노동연맹회가 세계 노동절 기념행사를 최초로 준비했다. 일제의 탄압으로 행사가 제대로 열리진 않았지만, 해방 이후에도 노동단체들의 세계 노동절 행사는 이어졌다. 


하지만 1958년 노동절 날짜가 3월 10일로 바뀌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5월 1일이 공산당의 선전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며 시정 명령을 내리면서다. 1963년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며 3월 10일을 ‘근로자의 날’로 정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지속적인 노동계의 반발로 1994년 근로자의 날이 5월 1일로 다시 변경됐다.


이후 근로자의 날 명칭에 대한 비판이 계속 제기됐다. ‘근로자’라는 용어가 수동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 노동의 자주성·주체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이러한 비판적인 견해를 반영해 마련됐다. 


개정안 제안 이유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근로’는 ‘부지런히 일함’으로 정의돼 통제적 의미가 담긴 용어인 반면 ‘노동’은 ‘몸을 움직여 일을 함’이라는 가치 중립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현대사회에서 노동은 사업주의 통제에 의해 일한다는 의미를 넘어 인간의 기본권을 실현하는 핵심적 사회 가치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우리의 제도와 용어에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됐다.


양대노총, 특고·프리랜서 등

노동절 못 누리는 현실 지적


양대노총은 논평을 통해 이번 개정안 통과를 환영했다. 한국노총은 “환영”한다며 “‘노동절’을 되찾기 위한 한국노총의 기나긴 투쟁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1989년 전국대의원대회에서 과거 권위주의적 정치권력하에 강요됐던 노동 통제의 굴레를 과감히 벗어버리고 자주적 노동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5.1 노동절을 기념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며 “같은 해 9월 국회에 근로자의 날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청원하는 한편, 1990년부터 매년 5.1 노동절을 기념해왔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제 노동절이라는 본래의 이름을 되찾으면서 노동의 주체적 가치가 비로소 제자리를 찾게 됐다”면서, “그러나 이름만 되찾았을 뿐 이대로라면 노동절은 여전히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유급휴일인 노동절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게만 적용돼 공무원과 특수고용직·프리랜서 등 일하는 수많은 사람이 적용받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법정공휴일 지정의 후속 조치와 함께 ‘빨간날’에도 일해야 하는 특수고용직·프리랜서의 노동자성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사회 안전망으로 포섭할 수 있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이 수십 년 동안 외쳐온 요구가 드디어 실현된 것”이라며 “단순한 명칭의 변경을 넘어 일하는 모든 사람을 주체적인 ‘노동자’로 인정하라는 사회적 목소리가 제도 속에 반영된 결과다. 늦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역사적 전진”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이름만 되찾았다고 해서 우리의 과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진정한 노동절은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날이어야 한다”며 “지금도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등 수많은 이들이 법적으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들은 노동절에도 쉬지 못하고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사회보장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절이라는 이름의 회복은 단순한 선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그것은 곧 ‘일하는 모든 이들은 노동자이며 노동권의 주체’라는 원칙을 사회 전체에 알리고,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늘도 수많은 노동자가 휴일 없이 일터에 서 있으며, 우리의 가족과 이웃 또한 그 속에 있다”며 “노동절이 모든 일하는 이들이 온전히 노동자로 인정받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로 나아가는 길목이 되지 않는다면 그 의미는 반쪽에 불과하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노동절이 일하는 모든 국민이 땀의 가치를 되새기고 기릴 수 있는 공휴일로 지정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협의해 나가고 국회의 논의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노동절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들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청래·박홍배·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종덕 진보당 의원,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등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휴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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