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길이 있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 또 다시 고용을 생각한다

고용노동부 직업상담사 이기훈
중국의 위대한 시인으로 알려진 백거이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학식에는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자신이 있던 그였지만 무언가 모를 의문이 있어 그 시대에 유명한 선사를 찾아갔다. 우여곡절 끝에 선사를 만난 그는 “불법의 근본이 무엇입니까?” 라고 물었다. 선사는 뜻밖에도 “모든 나쁜 짓은 하지 말고, 온갖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면서 스스로 그 뜻을 맑게 하면,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라는... 너무도 익숙한 이야기만을 던져주었다. 깊고 오묘한 가르침을 기대했던 그는 선사의 이 대답에 크게 실망해서 한 마디 한다. “그런 것이라면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지요.” 그리고는 자리를 떠나려 하는데, 뒤통수로 들려오는 선사의 한 마디. “삼척동자라도 알지만, 팔십 먹은 이라도 행하기는 어렵지.”
안다는 것, 그 자체가 행함과 같지 않고 행하는 것만이 사물의 근본임을 알게 해주는 글이다.
고용이라는 화두가 코로나 19 시대를 맞이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또 다시 부각되고 있는듯하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사실상 지난 '98년도 IMF라는 시대적 위기 상황 속에서 부터 시작된 우리의 고용정책은 초기에는 실업대책이라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였던 것 같다. 시장이 요구한 노동의 유연성은 정상적 고용조직이 부재한 가운데 실업자의 증가만을 가져왔지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은 보장하지 못하는 결과만을 가져왔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사후적 실업에 대한 보호와 구제만을 담당하는 소극적 고용정책이 아니라 ‘고용의 주체인 구직자와 구인자 위주의 적극적 고용서비스가 펼쳐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행하는 직업상담원들이 있었기에 ‘당연히 아는 내용’이 ‘현실로서’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라 본인은 자부한다. 무엇이 옳은지 아는 이들은 많았으나 행한 이들은 적었기에 그들의 노력은 그래서 아름답기까지 하였다.
고용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항상 생각나는 문장이 있다. ‘깨어서 순간을 대하면 거기에는 늘 현실에 알맞는 방편이 있다. 그렇지만 꿈속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해법을 가진다면 거기에는 늘 현실과 맞지 않는 모순이 생긴다’
스스로의 틀을 깨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때 그곳에 길을 있음을 알 수 있게 될 것이고, 이제 막 틀을 깬 우리의 고용정책은 주체들의 노력과 의지 속에 더욱 더 강하게 타오를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앎을 실행한 이들이 존재한다고 글쓴이는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우리의 고용 관련 업무를 되돌아본다. 그곳엔 분명 길이 있었고,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직업상담원들도 있었다. 이미 20년을 걸어왔고, 이제 또 다른 20년을 준비하고 있는 그들이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하는 지금 참된 ‘고용에의 길’의 선구자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더불어 이 어려운 길을 같이 열어가기 위하여 사회 모두의 관심이 더해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