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 보호 필요성에 따라 이루어진 대기발령의 정당성
[서울고등법원 2025. 1. 24. 선고 판결]
김완규 2025-04-1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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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나경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노무사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게 이루어진 대기발령이 부당하다는 원심판결을 유지하며 대기발령의 정당성 판단기준을 다시금 명확히 확인했다. 대상판결은 대기발령의 목적과 성격을 고려하여 그 정당성을 판단함으로써 임시조치라는 이유로 회사가 무분별하게 행하던 대기발령 처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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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

 

○ 원고 회사는 4만 명의 노동자를 사용하여 물류·운수업을 운영하는 법인으로, 노동자(이하 ‘이 사건 노동자’라 함)는 2020. 9. 18. 입사하여 물류센터에서 지게차 운전 업무를 수행했다.

 

○ 이 사건 노동자는 2021. 11. 26. 인사팀 사무실을 4차례 방문하며 지게차 담당 직원들 급여가 다른 직원들에 비해 낮다고 항의하며 원고 회사 임금 테이블에 관한 정보를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발언(이하 ‘이 사건 언행’이라 함)을 하였는데, 인사팀 직원이 이를 녹취한 뒤 다음날인 2021. 11. 27.에 이 사건 언행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 원고 회사는 신고가 접수된 당일(‘21. 11. 27.) 바로 해당 노동자에 대하여 직위를 해제하고 직무수행을 정지하며 자택 대기발령을 명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대기발령’이라 함) 이 사건 대기발령 통지서에는 사유로 ‘취업규칙 위반 등 조사-직장 내 괴롭힘 및 직원에 대한 폭언 고성 행위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

 

○ 이후 이 사건 노동자는 2021. 12. 23. 인사팀 직원들이 자신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하였다는 신고를 하였고, 원고 회사는 이 사건 노동자와 인사팀 직원들 간의 쌍방 신고에 대한 조사를 2022. 3. 25.로 완료한 뒤 이 사건 언행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했다. 이에 원고 회사는 2022. 5. 20.에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및 지게차 운전 중 안전의무 소홀 등’을 징계 사유로 하여 이 사건 노동자에 대한 정직 1월의 징계처분을 의결하고, 같은 날 이 사건 대기발령을 종료했다.

 

○ 한편 이 사건 노동자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가 진행 중이던 2022. 2. 25. 이 사건 대기발령이 부당하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기각되었으나,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초심판정을 뒤집고 이 사건 노동자의 재심신청을 인용했다.

 

○ 원고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재심판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법원과 대상판결 모두 이 사건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다는 이유로 원고 회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심 및 대상판결 요지

 

원심과 대상판결은 ▲녹취로 확인되는 이 사건 언행이 상대방에게 심각한 위협을 느끼게 할 수준으로 보기 어렵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인(인사팀 직원)에 대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노동자와 인사팀 직원 간의 근무 장소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기에 근무시간 조정, 인사팀 접근 금지 등 최소한의 제한 조치를 통해서도 신고인 보호가 가능하였다고 보이는데, 원고 회사는 이 사건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신고내용에 대한 간단한 사실 확인조차 거치지 않고 신고 당일 이 사건 대기발령을 하였기에 그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이 사건 언행이 발생한 배경을 살펴볼 때 원고 회사가 이 사건 대기발령을 행한 주된 이유는 이 사건 언행 그 자체보다 인사팀 직원들이 이전부터 이 사건 노동자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이는 점 ▲이 사건 노동자도 직장 내 괴롭힘 신고인이기에 원고 회사는 이 사건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아니 되는데, 녹취파일이 존재하여 단시간에 끝날 수 있었던 조사를 이유로 이 사건 노동자에게만 장기간 대기발령 조치하였다는 점 ▲대기발령은 그 처분이 있었던 당시 사유로 정당성을 판단해야 하기에 이 사건 언행을 제외한 징계 사유를 근거로 이 사건 대기발령이 정당하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대기발령에 업무상 필요성이 없다고 보았다.

 

특히 대상판결은 ‘이 사건 노동자가 신고한 인사팀 직원들의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 신고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내세우며 이 사건 대기발령을 유지·연장한 것은 사실상 신고인인 이 사건 노동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임을 다시금 확인하며, 앞서 본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2021. 11. 27.자 이 사건 대기발령은 최초 처분 당시부터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적어도 직장 내 괴롭힘 대면조사가 끝난 2022. 2. 22.까지의 이 사건 대기발령에 대해서는 기간의 합리성이 인정된다’는 원고 회사 주장은 배척했다.

 

대상판결은 원고 회사가 상고하지 않아 2025. 2. 8.로 판결 확정됐다.

 

대상판결의 시사점

 

대기발령은 노동자가 장래에 있어 계속 그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직위를 해제하여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로서의 보직해제’이다.

 

그래서 대상판결 사례와 같이 대기발령이 임시적인 인사명령이라는 이유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대기발령 사유만 있다면 업무상 필요성과 그 기간의 합리성을 면밀하게 살피지 않고 대기발령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실무상 빈번하다.

 

하지만 노동자는 대기발령으로 인하여 급여, 승진 등에서 불리한 처우를 받을 수 있고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에도 보직이 부여되지 않으면 직권면직, 당연퇴직 등의 방식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기발령은 노동자에게 불리한 인사명령이다.

 

따라서 대기발령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바,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과 그로 인한 노동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하여 업무상 필요성이 더 큰 경우에 대기발령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본 사안처럼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노동자에 대한 대기발령이 현실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노동자가 대기발령 기간 근로 제공을 하지 못하면서 입게 되는 불이익과 노동자를 불필요하게 장기간 법률상 불안한 지위에 두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인 보호라는 단편적 사유만으로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대상판결은 대기발령이 이루어지는 시점에 그와 같은 인사처분의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는지로 정당성을 판단한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대기발령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이 사건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을 상세히 검토하여 그 기간의 합리성까지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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