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실효성 있는 온열 질환 예방대책 마련돼야 이현재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선임차장 김완규 2025-04-16 13:39 가 본문내용 확대/축소 본문 지난 2024년 10월 22일, 노동자의 장시간 폭염 작업 노출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주의 보건 조치 의무를 규정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다. 본법은 6월 1일 시행된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1월 22일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위임하고 있는 폭염 속 장시간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노동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주의 보건 조치 사항을 구체화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번 개정안은 기존에 권고사항 중심이었던 ‘온열 질환 예방 가이드’ 내용을 토대로 ▲폭염 및 폭염 작업 정의 신설 ▲온열 질환 예방 및 발생 등에 대한 조치 ▲폭염 작업 시 온열 질환 예방 조치 ▲폭염 작업 시 휴식시간 부여 등 노동자의 폭염 작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사업주의 보건 조치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폭염 속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으며, 일부 조항은 형식적인 규정에 그쳐 노동자의 권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개정안의 주요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짚어보고자 한다. 폭염 작업 정의 ‘장시간 작업’ 기준 모호 사업주의 보건 조치 의무의 대상이 되는 폭염 작업은 체감온도 31℃ 이상이 되는 작업장소에서의 장시간 작업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폭염 작업의 정의에서 ‘장시간 작업’에 대한 기준이 상당히 모호하여 사업주가 폭염 작업에 대한 노동자의 보건 조치 의무를 회피하거나 이를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체감온도 35℃ 이상 작업중지 의무화 이번 개정안에서는 노동자들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폭염 작업 시 노동자 작업중지 내용이 빠져 법 개정의 취지가 퇴색했다. 산업안전보건 선진국들은 체감온도 35℃ 이상일 경우 노동자의 건강 보호를 위해 작업중지를 의무화하는 등 폭염 속 노동자의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선진적인 보건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장시간 옥외에서 작업하는 건설 노동자 등 폭염에 특히 취약한 노동자들의 온열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체감온도 35℃ 이상 시 작업중지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실내·옥외 관계없이 모든 현장에 온·습도계 비치 폭염 작업(31℃ 이상)이 예상되는 경우 노동자가 일하는 주된 작업장소에 온·습도계를 비치하여 체감온도를 측정하도록 규정했다. 개정안에서는 폭염 작업이 예상될 경우만 온·습도계 비치를 의무화하고 있어, 실제로 노동자가 폭염 작업에 노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주가 이를 폭염 작업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온·습도계를 비치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옥외 이동작업 등 작업환경의 특성상 체감온도 측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기상법」 제11조에 따라 기상청장이 발표하는 체감온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여름철 기상청 발표 체감온도와 실제 옥외 작업장의 체감온도는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옥외에서도 체감온도 측정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옥외 이동작업에 대한 온·습도계 비치 규정을 제외한 것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차별화하는 조치다. 따라서, 노동자의 온열 질환 예방을 위해 실내·옥외 관계없이 노동자가 일하는 모든 현장에 온·습도계를 충분히 비치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정기적인 온열 질환 예방 교육 실시 이번 개정안에서 사업주는 폭염 작업을 하는 노동자에게 온열 질환 증상과 예방 방법 그리고 응급조치 요령 등을 알리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개정된 규정은 단순한 안내 수준에 그치고 있어, 폭염 작업에 대한 노동자의 온열 질환 예방의 효과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사업주의 온열 질환 교육에 대한 규정을 명문화해 온열 질환 증상과 예방 방법, 응급조치 요령 등의 내용을 노동자에게 알릴 뿐만 아니라 해당 내용을 정기적으로 교육하여 폭염 작업으로 인해 노동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온열 질환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 온열 질환 발생 시 재발 방지 대책 수립 폭염 작업 중인 노동자가 열사병 등 온열 질환 발생이 의심되는 경우 사업주는 지체없이 소방관서(119)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하여 폭염 작업 노출에 따른 노동자의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예방 조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온열 질환 발생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수립 규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만일 이처럼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노동자가 폭염 작업으로 인해 온열질환이 발생하더라도 사업주는 소방관서에 신고하는 것만으로 노동자의 온열 질환 발생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간주할 수 있다. 따라서, 사업주가 온열 질환 발생 시 소방관서에 신고하는 것 외에도 노동자의 폭염 작업에 대한 온열 질환 예방 조치를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온열 질환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내용을 개정 규칙에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실질적인 온열 질환 예방 조치 마련 개정안에서는 실내와 옥외장소를 구분하여 각 해당 장소에서 폭염 작업을 수행할 경우 사업주가 작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적합한 온열 질환 예방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 먼저 실내에서 폭염 작업을 할 때 사업주는 ▲냉방 또는 통풍을 위한 온·습도 조절장치 설치 ▲작업시간대 조정 또는 이에 준하는 조치 ▲적절한 휴식시간 부여 중 어느 하나의 온열 질환 예방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다만, 온·습도 조절장치를 설치하거나 작업시간대 조정 등의 조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폭염 상황이 지속되면 적절한 휴식시간을 부여하도록 규정했다. 반면 옥외에서 폭염 작업을 할 경우, 옥외작업의 특성과 옥외장소에서 온·습도 조절장치를 설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냉방 또는 통풍 등을 위한 온·습도 조절장치의 설치 규정이 제외됐다. 그러나 실제 건설 현장과 같은 옥외 작업장에서는 산업용 냉풍기, 이동식 에어컨 등 온·습도를 조절하는 장치를 설치·사용하고 있다. 실내 폭업 작업일 경우에만 온·습도 조절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옥외 노동자의 온열 질환 예방에 상당히 부적절하다. 따라서, 옥외작업의 특성과 옥외장소에서의 온·습도 조절장치 설치의 한계 부분을 고려하여 사업주가 비교적 설치 제약이 적은 이동식 에어컨, 산업용 냉풍기 등 개인용 냉방 또는 통풍장치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거나 개인용 보냉 장구 지급을 의무화함으로써 옥외 노동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온열 질환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한편 노동자의 주된 작업장소의 체감온도가 기상청 폭염 특보에 해당하는 기준온도인 33℃ 이상일 경우에는 매 2시간 이내 20분 이상의 휴식을 부여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연속공정의 경우 휴식 대신 개인용 냉방·통풍장치나 보냉 장구를 사용하여 노동자의 체온 상승을 줄일 수 있도록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연속공정의 범위와 기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족하여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노사 간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으므로 해당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효성 있는 온열 질환 예방대책 마련돼야 고용노동부가 개정한 폭염 대책 방안은 노동자가 폭염 작업으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주의 보건 조치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폭염 작업 속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에는 여러 문제점이 존재한다. 한국노총은 ▲체감온도 35℃ 이상 시 작업중지 의무화 ▲폭염 작업(체감온도 31℃ 이상) 시 모든 작업장에 온·습도계 비치 ▲정기적인 온열 질환 예방 교육 규정 마련 ▲온열 질환 발생 시 재발 방지 대책 규정 마련 ▲옥외 노동자를 위한 냉방·통풍장치 설치 의무화 ▲연속공정 규정 삭제 등의 의견을 정부에 지속 개진해 나갈 것이며, 앞으로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질적인 온열 질환 예방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대응해 나갈 것이다. 김완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목록 댓글목록 이전글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 보호 필요성에 따라 이루어진 대기발령의 정당성 25.04.16 다음글 18년 만의 연금개혁?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25.04.16